• '자사고 폐지' 정책 법원서 제동 잇달아...결국 최종판단은 헌법재판소 몫으로
  • - 부산 해운대고 시작으로 자사고 5개교 1심 승소
    - 존립은 불투명…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예정
    - 자사고들 헌법소원 제기…최종 판단은 헌재에서
    - 위헌 판단시 고교서열화 재현…학점제 '치명타'
    - 교육계 "고교체제는 시행령 아닌 법령에 명시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23일 숭문고의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과 신일고의 학교법인 신일학원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의 모습.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 당국은 이와 무관하게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2025년 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일괄 일반고 전환 및 고교학점제 도입 방침'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교육 당국과 학교 간 소송전이 계속 이어지며, 결국 최종 심판은 헌법재판소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23일 숭문고의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과 신일고의 학교법인 신일학원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금까지 자사고 지위를 놓고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고교 10곳 중 5곳이 1심에서 승소했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가 가장 먼저 소송에서 이겼고, 지난달에는 서울 배재고와 세화고가 승소했다.

    각 교육청은 지난 2019년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총 10개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서울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경희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8개교, 부산 해운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다. 교육청들은 자사고들이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며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고 교육부가 동의했다.

    이들 자사고는 교육청의 운영성과 평가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평가가 시작되기 4개월 전에 각 학교에 통지했는데, 자사고는 교육청의 통보가 늦었고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바뀐 기준으로 지난 5년간의 평가를 받는 것은 신뢰 보호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주장해 왔다.

    앞서 배재고와 세화고 손을 들어 준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서울시교육청의 운영성과 평가가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에 이어 숭문고와 신일고까지 승소하면서 남은 서울 4개교(중앙고·이대부고·경희고·한대부고)의 승소 가능성도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전은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부산시교육청이 항소 뜻을 밝힌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도 이미 15일 배재고와 세화고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숭문고와 신일고 판결이 나온 즉시 항소 뜻을 밝혔다.

    자사고 일괄 전환에 대한 최종 결론은 헌법재판소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상태다. 시행령대로라면 당장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일반고 지위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자사고 판결과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세화고와 배재고 학교법인이 서울시특별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처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자사고 판결과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세화고와 배재고 학교법인이 서울시특별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처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25개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24곳은 지난해 5월 이 시행령 개정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문제는 헌재에서 개정 시행령에 위헌 판단을 내릴 경우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 이후에도 자사고·외고·국제고로 유지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어느 고교를 다니든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도록 하고, 절대평가 등 성취평가제로 운영하는 고교학점제의 특성상 대입에서 자사고와 특목고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중장기적 교육정책에 대한 기속력을 지니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만큼 2022년 대통령 선거 결과도 변수다. 법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되돌리기도 쉽기 때문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자사고, 외고 등 개별 학교의 존폐 여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정권과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고교 체제가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고교체제는 국가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그 내용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잇따른 패소 판결과 상관없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사고·외고가 2025년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나 운영 중인 교육과정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학생 선발 방식만 바뀌는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로 바뀌면 지금까지의 자사고·외고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바뀌는 것이고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입장문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는 별개로 고교 서열화를 극복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고교교육 정상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글쓴날 : [21-03-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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